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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따뜻하게 하면 소화불량 완화 효과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5-11-05 (수) 09:08 조회 : 4


강병령 광도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밥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과 방귀가 자꾸 나오며, 윗배가 꽉 막힌 듯 불편해 소화제를 찾게 되는 경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심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허리가 뻐근해지는가 하면 구역감에 신물이 올라오고 입에서는 불쾌한 냄새까지 난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소화불량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한 건강의 문제다. 소화가 잘 안 되면 음식물은 위장에서 정체되고, 영양분이 흡수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배출되거나 체내에 노폐물로 쌓인다. 이로인해 사람에 따라 살이 지나치게 빠지거나, 반대로 체중이 급증하기도 한다. 둘 다 건강에 경고 신호이다.

한의학에서는 소화불량을 단순히 ‘위가 나쁜 상태’로 보지 않는다.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비(脾)와 위(胃)의 균형, 체질, 음식 섭취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비기허(脾氣虛), 한 사람은 기운이 부족해 위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쉽게 피로하고, 식후 더부룩함이 오래 간다. 비음허(脾陰虛),한 사람은 위장의 진액이 부족해 건조감과 함께 속쓰림 입마름 더부룩함이 나타난다. 습담(濕痰)은 체내에 노폐물이 쌓여 위장의 기능을 방해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식후 메스꺼움, 무거운 느낌, 구취가 흔하다.

고칼로리 식습관과 불규칙한 식사 시간, 과도한 간식 섭취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소화기 질환이 만성화하기 쉽다. 간식 한 번의 양이 한 끼 식사와 맞먹는 현실 속에서 ‘배고픔을 걱정하기보다 배부름을 경계해야 할 시대’라는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현대인은 소화불량이 있을 때 쉽게 소화제를 찾는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일 뿐 위장의 운동력이 약해진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위를 더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소화제에 의존하다가 소화기 자체의 회복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장의 운동력을 높이고 기혈순환을 원활히 해 전반적인 소화 기능을 향상하는 치료를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향사평위산(香砂平胃散)이 있는데,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물의 정체를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침구 치료 역시 병행할 수 있다. 위장의 기운을 북돋고, 중완혈 부위에 뜸 치료를 시행해 위장을 따뜻하게 하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이 만성화하기 전 빠르게 한의원을 찾아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소화가 잘 된다’는 것은 단지 속이 편하다는 의미를 넘어, 몸에 필요한 영양을 잘 받아들인다는 신호다. 한의학은 이런 자연스러운 몸의 흐름을 회복시켜 주는 데 중점을 둔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식사 습관, 과식과 간식의 조절, 소화가 잘되는 음식 선택은 소화불량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본이다. 여기에 위기(胃氣)를 북돋는 한방치료를 병행하면, 단순한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건강의 근본을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먹는 즐거움은 인생의 큰 기쁨이다. 그 즐거움이 괴로움이 되지 않도록, 오늘부터라도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여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