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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에너지 축 ‘위장’ 바로서야 면역 회복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5-11-11 (화) 09:26 조회 : 3


윤경석 HK한국한의원 대표원장

많은 이가 속쓰림, 더부룩함, 소화불량, 역류감 같은 위장 증상을 호소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활력과 면역, 정신 건강까지 위협하는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연령층에서도 환자가 급증한다.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자극적인 음식, 약물 남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의학적으로 소화기 질환은 기능성 위장질환과 기질성 위장질환으로 구분된다. 기능성 질환은 내시경·조직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불편감이 지속된다. 기질성 질환은 위염, 궤양, 위식도역류질환(GERD), 위암처럼 병리적 변화가 확인되는 경우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과음과 흡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NSAIDs) 남용, 야식과 과식 등이 주요 요인이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자율신경 불균형, 장내 미생물의 교란이 근본 원인으로 주목받는다.

만성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과흥분시켜 위산 분비와 위장 운동을 교란하고, 점막 손상과 면역 과민 반응을 유발한다. 그 결과 위축성 위염이나 만성 소화불량으로 발전하기 쉽다. 또 제산제나 위산억제제(PPI)의 장기 복용은 장내 세균 균형을 무너뜨려 오히려 재발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한의학은 인체를 기혈(氣血)의 조화체계로 보고, 소화기를 단순한 음식 가공 기관이 아닌 생명 에너지의 근원으로 인식한다. 비위(脾胃)가 약하면 기혈이 허해지고 면역과 뇌 기능, 정서까지 피로해진다.

대표 처방인 백보위(百保胃)는 위점막을 보호하고 비위를 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인삼 황기 감초는 기운을 북돋운다. 백출, 복령은 습을 제거한다. 진피와 반하는 체기를 풀어준다. 반대로 내소산(內消散)은 담습과 음식 정체를 해소하는 ‘소(消)’의 처방으로, 반하 지실 후박 사인 목향 등이 트림과 복부팽만, 역류를 완화한다. 두 처방은 ‘보’와 ‘소’의 균형을 통해 비위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방치료의 장점은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니다. 첫째, 장부 간 상호작용을 고려해 스트레스로 막힌 간의 기운을 풀고 비위를 보강한다. 둘째, 염증 억제, 점막 재생, 면역 회복이 함께 이루어진다. 셋째, 위장의 본래 기능을 살려 재발을 방지한다.

결국 위장은 단순히 ‘먹는 기관’이 아니라 몸의 에너지 축이다. 위장이 바로 서면 면역이 살아나고, 깊은 잠이 오며, 체력과 마음이 회복된다. 반대로 위장이 약하면 피로 불면 불안 염증성 질환이 잇따른다. 건강한 위장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 야식 자제, 맵고 짠 음식 절제, 카페인과 알코올 감소, 천천히 씹기, 충분한 수면과 가벼운 운동이 기본이다. 여기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자율신경을 안정시켜 회복 속도를 높인다.

백세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위장을 잠시 달래는 게 아니라 재발하지 않는 위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의학의 정밀 진단과 한의학의 체질 회복 치료가 함께할 때, 고질적 소화기 질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오래된 진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밥을 잘 먹고, 대소변이 순조로우면 건강하다’. 소화가 잘 되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