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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홍조·상열감, 침·한약 활용 치료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5-12-04 (목) 16:24 조회 : 4


최수지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

폐경기 전후 여성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증상이 바로 안면홍조와 상열감이다. 얼굴과 가슴, 등이 갑자기 달아오르고, 땀이 쏟아지듯 흐른 뒤에는 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밤마다 찾아와 숙면을 방해하고, 피로 짜증 불안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많은 이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참고 지내지만 증상이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결국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갱년기장애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침 한약 약침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한의 치료는 이미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대만의 국민건강보험 자료에서는 갱년기 여성의 65%가 한방(중의) 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됐다. 가장 많이 사용된 처방이 바로 한국에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한약제제로 많이 쓰이는 ‘가미소요산’이다. 중국 상하이 지역 조사에서도 갱년기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여성 중 절반이 중의학적 치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의사의 80% 이상이 일상 진료에서 한방(캄포· Kampo) 처방을 활용한다.

갱년기 여성의 몸은 한의학적으로 정혈(精血)이 줄고, 열 조절의 균형이 깨진 상태이다. 냄비에 물이 적어진 상태와 같다. 물이 적으면 작은 불씨에도 금세 끓어오르듯, 사소한 자극에도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땀이 난다. 바로 정혈 부족에 의한 허열(虛熱)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냄비에 뚜껑이 꽉 덮여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럴 때는 어깨와 목이 단단히 뭉치고 땀을 많이 흘리며 상체에 열이 몰린다. 이는 몸 안의 기운과 혈액이 잘 순환하지 않아 생긴 유형으로, 막힌 순환을 열어주는 침치료나 한약 처방을 우선으로 한다. 반대로 불은 켜져 있지만 기운이 약해 열이 고루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열이 위쪽으로만 몰려 얼굴은 화끈거리지만 손발은 차고, 상체와 하체의 온도 차이가 큰 상열하한(上熱下寒)형이다. 이때는 기운을 북돋아 몸 전체 흐름과 균형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시행한다.

갱년기의 열감은 몸 속의 열 순환 균형이 깨져서 생긴 결과이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이 균형을 회복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정혈을 보충하는 한약, 순환을 돕는 침 치료, 기혈 흐름을 활성화하는 약침을 함께 활용한다.

한의학의 치료 원리는 갱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로 스트레스 불면 등으로 몸의 순환이 흐트러져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갱년기’는 호르몬 변화로 이러한 불균형이 더 쉽게 드러나는 시기일 뿐이며, 단순히 호르몬 보충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갱년기 치료는 몸 전체의 조화와 흐름을 바로잡는 통합적 치료가 필요하다. 침과 한약으로 신체 균형을 회복하고, 생활습관 교정과 스트레스 관리로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다.

갱년기 상열감은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로 이해하고, 자신에 맞는 치료로 다시 중심을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몸과 마음의 조화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중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