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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뻐근한 목…호흡 문제일 수 있다고?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5-12-04 (목) 17:09 조회 : 5


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목이 항상 뻐근한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자세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이보다 중요한 은 ‘호흡 패턴’이다.

목이 아프다고 하면 대부분 컴퓨터 작업을 할 때의 자세 또는 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성 탓에 거북목이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공통점을 깊이 들여다보면 자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례가 훨씬 많다. 의외로 많은 환자가 호흡 패턴이 틀어져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산다. 목의 만성 긴장은 그 호흡의 흐트러짐을 몸이 대신 떠안으면서 생기는 결과일 때가 많다.

한 30대 직장인. 그는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지만, 자세에 신경을 쓰려고 높낮이 조절 책상을 쓰고, 모니터 높이도 맞추고, 틈틈이 스트레칭도 하는데 목의 묵직함과 두통만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내원했다. 유심히 관찰해보면 이런 환자는 공통적으로 가슴으로만 빠르게 숨을 쉬는 ‘상부 흉식호흡’을 하고 있었다. 흉곽이 먼저 움직이고 배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호흡 패턴은 신체의 중심부가 아니라 목 주변의 호흡 보조근, 즉 사각근, 흉쇄유돌근 같은 근육을 과도하게 일하게 만든다. 이 근육들이 하루 종일 쉬지 못하니까 뒷목이 당기고 어깨가 결리고 두통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환자 본인은 자신의 호흡이 틀어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몸은 늘 지금의 상태에 적응해버리므로 본인이 얼마나 얕고 빠르게 숨쉬는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얼마나 상체로만 호흡하는지, 숨을 들이쉴 때 목 근육이 먼저 움직이는지를 잘 모른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이런 호흡 패턴은 기가 흉격 위쪽에 몰리는 ‘기울 (氣鬱)’ 상태와 연관이 깊다. 스트레스가 지속하면 간기가 울결되고 흉격이 답답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얕은 호흡을 반복하게 되고, 이 상태가 오래되면 목과 어깨가 뭉치는 것은 물론 가슴 답답함, 심장 두근거림, 불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목·어깨 통증과 자율신경 불균형이 함께 나타나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임상에서 효과가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호흡을 의식적으로 재훈련하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누워서 배 위에 얇은 책이나 쿠션을 올려두고 들숨보다 날숨을 조금 더 길게 내쉬며 책이 부드럽게 오르내리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억지로 배를 밀어 올리는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횡격막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호흡을 3∼5분만 해도 목 주변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많은 환자들이 바로 느낀다.

이유는 간단하다. 목의 호흡 보조근이 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목 결림이 반복되거나, 밤에 누우면 턱과 목이 더 뻐근하거나, 스트레스만 받으면 바로 어깨가 솟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세 문제가 아니라 호흡 패턴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

목의 통증은 목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호흡 리듬이 흔들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자세 교정도 중요하지만 호흡이 바뀌어야 몸의 기류가 아래로 흐르고, 그때서야 목 주변의 근육들이 진짜 휴식을 얻는다. 꾸준한 호흡 훈련은 목 통증을 넘어 스트레스 관리와 자율신경 안정까지 돕는 가장 간단한 회복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