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과 수전풍은 노년기에 삶을 크게 흔드는 대표 질환이다. 중풍은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신경학적 장애를 일으키며, 수전풍은 파킨슨병으로 이어지는 퇴행성 질환으로 손떨림과 경직, 보행 장애를 가져온다.현대의학은 이 둘을 서로 다른 병으로 분류하지만,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두 질환을 풍병(風病)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서 이해해 왔다. 풍은 기혈의 흐름이 어지러워지고 골수의 충실함이 약해질 때 몸 어디든 침범하는 병적 움직임으로 여겨졌다.최근 의학 연구는 이러한 전통적 인식을 다시 조명한다. 중풍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뇌혈류 저하, 미세염증 증가, 면역력 약화는 파킨슨병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두 질환 모두 노화·혈관 기능 저하·신경 재생력 약화가 겹치며 진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한의학의 ‘기혈허약 → 경락불통 → 풍의 발동’이라는 병리와 구조적으로 일치한다.중풍의 후유증은 편마비, 언어장애, 연하장애, 배뇨장애 등 신체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수전풍은 떨림·근육강직·불면·우울 등을 동반한다. 두 질환 모두 기억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라는 공통된 후유증을 갖는다. 이는 단순한 신경 손상 때문만이 아니라 노화로 약해진 뇌혈류와 골수 기능 저하가 겹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년층에서 풍병이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혈과 골수가 감소하고 혈관 탄력이 떨어지면서 풍병의 조건이 자연스럽게 갖춰지기 때문이다.급성기 치료에서는 서양의학이 강점을 지닌다. 뇌출혈과 뇌경색의 응급 대응, 수술, 혈전 용해 등은 생명을 살리는 핵심이다.그러나 경증의 중풍 초기증상이나 급성기를 지나 후유증 회복 단계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의학은 전신적 기능 회복과 재발 예방에서 뚜렷한 장점과 효과를 보인다. 한의학은 혈관·신경·면역·기혈·골수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통합적으로 회복시키는 접근을 한다.중풍 치료 및 예방, 후유증에는 백거풍과 거풍산 같은 처방이 사용된다. 백거풍은 기혈을 보하면서 마비·저림·언어장애 회복에 도움이 되고, 거풍산은 막힌 혈맥을 열어 뇌혈류를 개선한다. 수전풍·즉 파킨슨병 치료와 예방에는 백보심과 안심산이 활용된다. 백보심은 신경 안정과 운동 기능 회복을 돕고, 안심산은 떨림과 경직을 완화한다. 여기에 침·약침·뜸 치료가 결합하면 신경 기능 자극, 근육 긴장 완화, 수면 회복 등 전신 기능이 빠르게 회복된다.풍병 예방의 핵심은 일상 관리에 있다. 규칙적인 수면, 혈압 혈당 지질의 안정 관리, 걷기 중심의 운동, 스트레스 조절, 체질에 맞는 침·탕약 치료 등이 기본이다. 이러한 생활 관리와 한방 치료가 병행되면 풍병 발생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풍병의 본질은 기혈의 소모와 골수의 약화에서 비롯된다. 이를 바로 세우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기혈을 보하고 골수를 채우며 경락을 부드럽게 하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중풍과 수전풍의 재발 예방과 기능 회복에 필수적 요소다.
풍병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제때 치료하고 관리하면 회복은 충분히 가능하다.
윤경석 HK 한국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