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남성 A 씨는 연말 잦은 회식과 업무로 피로하던 차에 서울로 출장을 다녀온 다음 날 발열과 오한을 동반한 몸살로 고생했다. 아프기 시작한 날은 일요일이서 집에서 푹 쉬었음에도 더욱 아파지자 월요일 점심부터 한약을 먹었고, 화요일 밤 무렵에는 몸살기운이 말끔히 떨어졌다.
A 씨는 필자다. 누구보다 건강을 관리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한의사가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마침 주제와도 일치하고 감기가 걸렸을 때의 대응 방법을 소개하고자 언급하였다. 보통 몸의 변화는 밤사이 일어난다. 아플 때도 자고 일어나면 아프기 시작하고, 나을 때도 자고 일어나면 좋아진다. 물 잔에 물이 찰랑찰랑 넘칠 듯 넘치지 않는데, 한두 방울 더 부어주면 물이 넘치는 것과 같다. 어떤 큰 계기로 병이 시작하는 것보다, 이런 별것 아닌 한두 방울의 물 같은 작은 계기로 병이 시작한다.
감기가 왔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하자. 첫째, 아플 때는 ‘죽’을 먹자.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더라도 꼭 식사를 해야 한다. 죽을 권하는 이유는 소화가 잘 되면서도, 영양분이 충분하고, 위장의 기능 회복을 돕기 때문이다.
둘째, 몸살이 심하다면 진통제를 먹어도 좋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 감기가 빨리 낫는 방법인 듯하다. 몸살을 앓는다면 자신의 체력(물론 크게 떨어져 있지만!)에 맞는 정도로만 활동하면 된다. 진통제를 먹으면 당장 덜 아프니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으나, 약 기운이 떨어지면 아픈 것은 여전하고, 자신의 체력보다 많이 활동했으니 회복은 더딜 수 밖에 없다.
셋째, 필자의 사례처럼 한약이 도움이 된다. 한약은 오래 먹어야 효과가 나는 줄 아는 분이 많으나, 이는 오해다. 병이 오래되어 내원하니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감기몸살이 너무 심해 한약을 달이는 동안 시간이 걸리니 출근하자마자 공진단도 함께 복용했고, 덜 아픈 상태로 오전 근무를 보았다. 공진단의 사향이 중풍 치매 등 뇌혈관, 신경 등의 노폐물 제거에도 탁월하지만 각종 염증 등에 의한 통증에도 효과가 좋은 듯하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을 알아보자. 앞서 말했듯 물잔에 물이 찰랑찰랑한 상태에서 한두 방울 물을 더 넣으면 넘치게 된다. 피로한 상태에서 찬바람을 쐬었을 때 딱! 하고 감기에 걸린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세균은 우리 주변에 상존한다. 몸이 피로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고, 몸이 튼튼하다면 버텨낸다. 몸의 면역력을 한의학에서는 정기(正氣)라 하고,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외부 요인을 사기(邪氣)라고 하여 정사(正邪)의 균형에 따라 병이 되고,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두 가지를 잘하면 된다. 먼저 내 몸이 튼튼하면 된다. 면역력이 충분하다면 외부 요인이 강성해도 병이 오지 않을 것이다. 소화 잘 되게 먹고, 충분히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한다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다음은 외부 요인을 차단한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마스크와 손 씻기가 감염 예방에 얼마나 탁월한지 체득했다. 단조로운 생활패턴을 가짐으로써 추위와 감염원에 노출되는 횟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손변우 동의대한방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