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총 게시물 423건, 최근 0 건
   
[윤화정의 한방 이야기] 냉기 직접 닿으면 ‘구안와사’ 위험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6-08-07 (금) 09:34 조회 : 28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눈이 잘 감기지 않아요. 혹시 중풍인가요?” 여름철 외래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흔히 구안와사로 불리는 안면신경마비는 더는 겨울만의 질환이 아니다.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거나, 더위와 냉기를 반복하며 면역이 떨어진 여름에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안면신경마비는 뇌졸중(중풍)과 먼저 구별해야 한다. 이마 주름이 없어지면서 눈이 잘 감기지 않는다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이마 주름이 유지되면서 한쪽 팔다리 마비나 발음 이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중추성 마비, 즉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다.

보통 안면마비는 날씨가 추워질 때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여름에도 안면신경마비가 생길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에어컨 냉기에 의한 안면 혈관 수축이다. 차가운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혈액 순환이 저하되면서 안면신경이 부어 신경관 안에서 압박을 받는다. 둘째, 더위로 인한 면역력 저하다. 수면 부족, 과도한 발한과 탈수, 급격한 온도 차이가 반복되면 면역 체계가 약해지고 잠복 중이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안면신경을 침범할 수 있다. 셋째, 과로와 스트레스다. 이는 자율신경계를 교란하고 신경계의 취약성을 높인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풍사(風邪)의 침입으로 설명한다. 여름철 땀을 흘리며 모공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찬바람을 맞으면 풍사(風邪)에 한기(寒氣)가 더해진 사기(邪氣)가 경락 속으로 쉽게 침입한다고 본다. 또 더위로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경락을 방어하는 정기(正氣)가 부족해 풍사를 막지 못한다. 여기에 기혈 순환이 저하되면서 담음(痰飮)이나 어혈(瘀血)이 경락을 막으면 안면부에 영양 공급이 차단되어 구안와사가 발생한다는 것이 한의학적 핵심 병리다. 특히 평소 소화기능이 약하거나 과로와 스트레스가 많고 수면이 부족한 이는 더욱 취약하다.

치료는 한방과 양방을 함께 활용할 때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여 신경 부종과 염증을 줄이고,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의심될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병용한다. 한방에서는 지창(地倉), 협거(頰車), 양백(陽白), 합곡(合谷), 족삼리(足三里) 등의 경혈에 침 치료와 전침(電鍼) 치료, 면역을 올리기 위한 면역약침, 특히 매선치료 등을 시행하여 경락의 기혈 순환을 회복시키고 신경 재생을 촉진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어컨 냉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 차이는 5∼8도 정도가 좋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드는 것은 피하고, 냉방이 강한 공간에서 오래 있을 때는 얇은 스카프나 카디건으로 목과 귀 뒤를 보호하자. 충분한 수면과 수분 섭취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도 필수. 기를 보하는 황기가 들어간 삼계탕과 진액을 보충하는 오미자 차를 마시고 15분 정도 햇빛 아래에서 산책하자. 또 자기 전 풍지혈(뒷목 아래 양쪽 오목한 부분)와 예풍혈(귀 뒤 옴폭 들어간 곳)을 30초씩 지그시 눌러주며 마사지하여 피로를 풀어주자.

윤화정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