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 많다. ‘하지정맥류’ 환자도 그중 하나다. 심한 혈관의 돌출 증상이 있는 환자 가운데 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는 예가 많다. 여름에는 혈관이 확장하면서 다리 통증, 무거움증, 부종, 야간 근육경련, 다리 피로감 등 역시 심해진다.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의원 김병준 대표원장의 도움말로 하지정맥류의 다양한 증상과 치료에 관해 알아본다.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 김병준 대표원장이 혈관 초음파 검사로 하지정맥류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 제공
■ 하지정맥류 혈관 돌출, 절반 이하
하지정맥류는 혈관 벽이 약해지고 정맥 속 판막이 손상되면서 혈액이 아래로 역류하는 만성 정맥질환이다. 가족력, 노화, 오래 서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업 환경, 비만, 잘못된 자세 등이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 꼽힌다.
하지정맥류는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가장 잘 알려진 증상은 다리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혈관 돌출이다. 그러나 하지정맥류 환자 중 혈관 돌출을 경험한 환자는 절반 이하다. 개인의 근육량, 지방 분포, 혈관에 따라 확장된 혈관이 피부 아래에 숨어 드러나지 않는 까닭이다. 이를 ‘잠복성 하지정맥류’라고 하는데, 주로 여성에 많이 나타난다.
혈관 돌출 대신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다리 무거움증, 피로감, 통증 등이다. 확장된 혈관이 주변 신경과 근육을 압박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잠복성 하지정맥류는 외관상 확인이 되지 않으므로 다리 불편감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을 방치할 위험이 크다.
■ 하지정맥류와 유사한 질환들
다리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이 있다. 척추의 변형으로 주변의 신경이 눌리면서 다리에 통증이 발생한다. 허리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엉치부터 허벅지, 종아리 바깥쪽으로 타고 내려오는 통증과 저림이 특징적이다. 척추질환은 앉거나 몸을 앞으로 숙일 때는 통증이 줄고 걸을 때 악화하는 예가 많다. 하지정맥류는 주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심하고 누우면 증상이 완화된다. 또 가볍게 걷고 움직이면 증상이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하지정맥류로 오인하기 쉽다. 뇌의 도파민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 저림, 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불쾌한 감각,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주기적인 떨림, 화끈거리거나 시린 느낌 등을 동반한다. 이러한 증상은 걷거나 스트레칭, 마사지를 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정맥류 역시 야간에 저림 증상, 근육이 조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는 경련이 자주 발생한다. 하지불안증후군과 마찬가지로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증상이 줄어들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정맥류는 한 번 발병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지 않는다. 정맥성 피부염, 피부 괴사·궤양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다리 아래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혈관 주변으로 염증이 생성되는 정맥성 피부염의 주요 증상으로 정강이, 발목 부위의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가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는 피부지방 경화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정맥성 피부염으로 발목, 정강이 부위에 가려움증, 피부 변색이 나타나면 피부 가려움증, 단순 외상으로 생각해 피부과를 찾는 예가 많다. 그러나 피부에 나타난 이상 증상은 정맥 순환의 장애로 나타난 것이므로 피부 드레싱이나 약물 복용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어렵다.
■ 하지정맥류의 비수술적 치료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서는 병적인 혈관을 제거해 혈액이 건강하게 순환하게 해야 한다. 최근에는 피부 절개나 무리한 마취가 없는 최소 침습적 치료로 수술 시간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치료 직후 보행과 당일 일상 복귀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최소 침습적 수술 방법에는 ‘레이저 정맥 폐쇄술’이 있다. 치료해야 할 혈관 내에 머리카락 두세 가닥 굵기의 광섬유를 삽입한 후 레이저 열을 쏘아 혈관을 폐쇄하는 방법이다. 무릎 아래 신경과 인접해 열 손상 우려가 있는 혈관에는 비열 치료 방법인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을 적용해 치료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 합병증으로 피부 괴사 및 궤양이 동반됐다면 상처 부위에 외과적 수술이나 열 치료를 시행하기 어렵다. 대신 비수술적 주사요법인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을 단독으로 시행해 치료할 수 있다. 초음파를 보면서 병적인 혈관에 거품 형태의 혈관경화제를 주사하는 치료방법으로, 피부 절개나 마취 없이 외래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
김병준 원장은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혈관의 위치나 크기, 질환의 진행 상태, 합병증 유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충분하게 상담한 뒤 자신에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